살다 보면 문득 예상치 못한 순간에, 평범한 듯 흘러가는 대화 속에서, 혹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으로부터 듣게 되는 단 한 마디가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놓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마치 오랫동안 굳게 닫혀 있던 문의 잠금장치가 풀리듯, 그 한 마디는 묵직했던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되기도 하고,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용기가 되기도 합니다. 파키스탄 라호르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삶 속에서도, 때로는 스쳐 지나가는 듯한 한 마디가 누군가의 삶에 깊은 울림을 주고 전환점을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저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졸업 후 오랫동안 원하는 직업을 찾지 못했고,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가는데 혼자 뒤처지는 듯한 초조함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매일 밤, ‘나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라호르의 뜨거운 햇볕 아래, 끊임없이 울리는 오토바이 경적 소리처럼, 제 마음속에도 답답함과 불안함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대학교 은사님을 길에서 마주쳤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제 어두운 표정을 알아채신 교수님께서 조심스럽게 근황을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솔직하게 취업에 대한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털어놓았습니다. 한참을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던 교수님께서는 따뜻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며 “자네의 진짜 열정은 어디에 있나?” 라고 물으셨습니다.
그 순간, 마치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짧은 한 마디는 제 뇌리에 깊숙이 박혀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저는 주변 사람들의 기대,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사회적 기준, 당장의 현실적인 어려움 등 외부적인 요소들에만 매몰되어 제 내면의 목소리, 진짜 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교수님의 그 한 마디는 잊고 지냈던 저의 오랜 꿈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글쓰는 것을 좋아했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글로 표현하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당장의 불안감 때문에 현실적인 조건만 쫓아왔지만, 정작 저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고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것은 바로 ‘글쓰기’라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날 이후, 저는 당장 눈앞의 취업 대신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글쓰는 일에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온라인 글쓰기 강좌를 듣고, 습작을 하고, 작은 공모전에 도전하면서 조금씩 실력을 키워나갔습니다. 실패도 많았지만, 글쓰는 행위 자체가 저에게 큰 만족감과 행복을 가져다주었기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라호르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었고, 주변의 우려와 걱정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그 한 마디가 제 안에 심어준 ‘진짜 열정’이라는 씨앗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뿌리를 내리고 자라날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지금, 저는 비록 아직 부족하지만 작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불안한 순간들도 있지만, 과거처럼 길을 잃은 듯한 막막함은 없습니다. 제 안에 있는 열정을 따라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교수님의 그 짧은 한 마디는 제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은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저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평범한 대화 속에서 건네진 그 한 마디는 오랫동안 저를 짓눌렀던 고민의 껍데기를 깨고, 제 안에 숨겨져 있던 진짜 열정을 발견하도록 이끌어주었습니다.
라호르의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어쩌면 누군가는 오늘도 삶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는 ‘한 마디’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평범한 대화 속에서 건네는 진심 어린 조언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을, 저의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한 마디’를 건넬 수 있기를 바랍니다.